[실전 NVH 가이드] 차수 분석(Order Tracking): RPM이 변하는데도 피크를 고정시키는 법
by NVH 엔지니어 | 실전 NVH 가이드
🚨 [Hook] runup 데이터의 흐릿한 피크
자동차 엔진을 1500 rpm에서 5000 rpm까지 서서히 올리면서 진동을 찍었습니다. 데이터를 FFT 돌려보니 — 엔진 폭발 2차 성분(2X)이 분명 보여야 하는데, 피크가 옆으로 길게 퍼져 있고 봉우리가 뭉개져서 정확한 값을 읽기 어렵습니다.
"정상 상태에서 측정할 때는 깔끔하던 피크가, runup·coastdown에서는 왜 다 흐려지죠? 측정 장비가 이상한 건가요?"
장비 문제가 아닙니다. 회전 기계의 진동은 본질적으로 회전 속도에 종속되어 있고, RPM이 변하면 그 진동의 주파수도 같이 변합니다. 시간 영역 FFT는 이 시변(time-varying) 신호 앞에서 무력해집니다. 해결책은 시간이 아니라 회전각(angle)을 기준으로 분석하는 것 — 이게 차수 분석(Order Tracking)입니다.
💡 [Concept] 회전목마 위에서 사진 찍기
놀이공원의 회전목마를 두 가지 방식으로 촬영한다고 상상해봅시다.
📷 방식 A — 땅에 카메라를 고정
시간이 흐를수록 말이 화면을 가로질러 휙휙 지나갑니다. 회전목마가 천천히 도는 동안에는 말이 또렷이 잡히지만, 속도가 빨라지면 흐릿한 잔상만 남습니다. 땅의 시간 좌표계 = 일반 FFT의 관점입니다.
📷 방식 B — 카메라를 회전목마 위에 고정
카메라가 말과 함께 돌아가므로, 회전목마가 아무리 빠르게 돌아도 같은 말은 항상 같은 위치에 또렷이 보입니다. 회전 좌표계(각도 기준) = 차수 분석의 관점입니다.
회전 기계의 진동도 똑같습니다. 엔진의 폭발, 베어링의 굴림, 기어의 메시(mesh) — 모두 회전 한 바퀴당 정해진 횟수로 발생합니다. 4기통 4행정 엔진은 한 바퀴에 2번 폭발(2X), 6기통은 3번(3X), 톱니가 25개인 기어는 한 바퀴에 25번 메시(25X). 회전 속도가 변해도 "한 바퀴당 횟수"는 안 변합니다.
차수(order)는 "회전 한 바퀴에 일어나는 진동 횟수"입니다. 시간 주파수(Hz)는 RPM에 따라 변하지만, 차수는 변하지 않습니다. 이게 차수 분석이 회전 기계 NVH에서 절대적인 이유입니다.
🔬 [Deep Dive] 차수의 정의와 회전각 재샘플링
회전 주파수(rotational frequency)를 \(f_r(t)\)라 하면 \(n\)차 성분의 시간 주파수는 다음과 같습니다.
차수(Order)의 정의
$$\mathrm{Order}_n \;=\; \frac{f_n(t)}{f_r(t)} \quad\Longleftrightarrow\quad f_n(t) \;=\; n \cdot f_r(t)$$
\(f_r\)이 변해도 차수 \(n\)은 그 진동원의 고유 속성
그렇다면 RPM이 시변하는 신호 \(x(t)\)는 어떻게 표현될까요? 누적 회전수(cycles)를 \(\varphi(t)\)로 정의하면:
$$\varphi(t) \;=\; \int_{0}^{t} f_r(\tau)\,d\tau \qquad x(t) \;=\; \sum_{n} A_n \sin\!\big(2\pi\,n\,\varphi(t) + \phi_n\big)$$
\(\varphi(t)\)는 시각 \(t\)까지 회전한 누적 바퀴 수
\(f_r\)이 상수라면 \(\varphi(t) = f_r t\)이고, \(x(t)\)는 깔끔한 주기 신호입니다. 일반 FFT로 \(n f_r\) 위치에 또렷한 피크가 나옵니다. 그러나 \(f_r(t)\)가 변하면 \(\varphi(t)\)가 비선형이 되고, 같은 차수의 성분이라도 매 순간 다른 시간 주파수로 나타나 FFT 그래프에서 옆으로 번지는 smearing이 일어납니다.
해결책은 시간 \(t\) 대신 회전각 \(\varphi\)를 새 변수로 쓰는 것입니다. 신호를 시간 등간격이 아니라 회전각 등간격으로 다시 샘플링하면, 새 신호 \(\tilde{x}(\varphi)\)에서는 각 차수가 고정 "주파수"로 나타납니다. 이걸 Computed Order Tracking (COT)이라 부릅니다.
핵심 알고리즘 한 줄: 시간 도메인의 신호 \(x(t)\)와 동기 측정된 RPM(또는 tacho pulse)으로부터 \(\varphi(t)\)를 적분으로 구하고, \(\varphi\)가 등간격이 되도록 \(x\)를 보간한 \(\tilde{x}[k] = x(t_k)\)를 만든 뒤, 이 \(\tilde{x}\)에 FFT를 적용하면 그게 차수 스펙트럼(order spectrum)입니다.
이 방법의 장점은 분명합니다. RPM이 어떻게 변하든 — sweep, step, irregular — 같은 차수의 성분은 order 축의 동일한 위치에 모입니다. 피크가 흐려질 일이 없습니다. NVH 실무에서 자동차 엔진 runup, 모터·터빈 코스트다운(coast-down) 분석에 절대적입니다.
트래커(tachometer) 신호의 역할
차수 분석의 전제는 회전 정보 동기 측정입니다. 일반적으로 회전축에 부착된 키페이저(keyphaser, 광·자기 센서)로부터 한 바퀴마다 한 번씩 펄스를 받습니다. 이 펄스 사이를 보간해 \(\varphi(t)\)를 만들고, 그걸로 등각 재샘플링을 수행합니다. tacho 신호 없이 후처리로 차수를 뽑는 방법(VKF, Vold-Kalman 등)도 있지만, 정확도와 안정성에서 키페이저 직접 측정이 표준입니다.
🎮 [인터랙티브 시뮬레이터] 같은 신호, FFT와 차수 스펙트럼이 어떻게 다른가
1.0 초간 회전하는 기계 신호를 합성했습니다. 1차(1X), 2차(2X), 3차(3X) 성분이 섞여 있고, 회전 주파수는 평균 30 Hz(=1800 rpm) 근처에서 슬라이더로 정한 변동률만큼 시간에 따라 선형으로 변합니다. 같은 시간 신호를 좌측은 일반 FFT, 우측은 차수 분석(회전각 등간격 재샘플링 후 FFT)로 그려 비교합니다.
💡 변동률 0%에서는 두 그래프 모두 깔끔한 피크. 변동률을 키우면 좌측 FFT의 피크가 옆으로 번지면서 흐려지고, 1X·2X·3X가 서로 섞이기 시작합니다. 반면 우측 차수 스펙트럼은 변동률이 아무리 커도 1·2·3 차수 위치에 또렷한 피크가 유지됩니다. 이게 차수 분석의 본질.
🛠️ [Theory to Practice] 차수 분석의 실무 활용
자동차 NVH
- 엔진 차수: 4기통 4행정은 2X가 메인 폭발 차수, 0.5X는 캠샤프트 차수. 6기통은 3X, V8은 4X. 차수 맵만 봐도 어느 부품의 문제인지 일차 판별 가능.
- 구동계 차수: 변속기 기어 비율에 따라 입력축과 출력축의 차수가 다름. 예) 1단 기어비 3.5 → 출력축 1X가 입력축 입장에선 3.5X.
- 타이어 차수: 한 바퀴 회전에 따라 1X(불균형), 추가로 트레드 패턴 수 만큼의 차수(타이어 캐비티 노이즈).
산업 회전 기계
- 모터·발전기: 슬립(slip)에 따라 전기 차수와 기계 차수가 약간 다른 위치에 나타남 → 두 피크의 간격으로 슬립 추정.
- 기어박스: 메시 주파수(Nteeth × fr) 차수 추적, 사이드밴드는 ±1X로 변조됨 → 차수 분석으로 사이드밴드 구조가 깔끔히 정리됨.
- 터보기계: 블레이드 통과 주파수(BPF) = 블레이드 수 × 회전 차수 → BPF 차수와 그 정수배에서 공진 추적.
표시 형식 — Order Map / Waterfall
차수 분석 결과를 RPM 축에 시계열로 쌓아 그리면 order map 또는 waterfall plot이 됩니다. 차수 라인은 RPM에 무관하게 수직선으로 나타나고, 시스템 공진은 시간 주파수(Hz) 라인으로 가로지릅니다 — 두 라인이 만나는 RPM이 위험 회전 속도. 이 시각화는 다음 글 [캠벨 다이어그램]에서 자세히 다룹니다.
자주 빠지는 함정
- tacho 펄스 누락: 한 바퀴에 한 펄스가 정상인데, 펄스가 빠지면 보간 \(\varphi(t)\)가 엉뚱해져 모든 차수가 흐트러짐. 펄스 신호도 항상 같이 확인.
- 회전 방향 변화: 후진·정역회전이 포함된 측정은 \(\varphi(t)\)가 단조 증가하지 않아 COT 알고리즘이 깨짐. 회전 구간 분리 필요.
- 샘플링 레이트 부족: 시간 fs가 너무 낮으면 보간이 부정확. 관심 최고 차수 × 최고 RPM의 2.56배 이상 fs 권장.
- 비회전 성분 혼입: 배경 진동(공조기, 도로 노이즈)은 차수 좌표계에서 흐려져 노이즈 바닥이 됨 — 차수 피크만 신뢰.
✅ [Action Item] 차수 분석 전·후 체크리스트
- 회전 기계 데이터인데 RPM이 변동했다면 일반 FFT가 아닌 차수 분석을 먼저 떠올렸는가?
- tacho(또는 키페이저) 신호가 진동 채널과 같은 시계열로 동기 측정됐는가?
- 샘플링 레이트가 (최고 차수) × (최고 RPM/60) × 2.56 이상인가?
- 분석 대상 차수 목록을 미리 정리했는가? (엔진 2X, 기어 메시 NX, 베어링 결함 차수 등)
- 차수 스펙트럼에서 피크가 정수 차수(1X, 2X, ...)인지 비정수 차수(예: 베어링의 0.42X)인지 구분했는가?
- RPM별 차수 추적(order map)을 그려서 공진점이 가로지르는 RPM을 식별했는가?
- 같은 차수를 여러 런(run)에서 비교해 재현성을 확인했는가?
시간 영역 FFT는 회전 기계 앞에서 절반의 도구입니다. 회전 정보를 동기 측정하고 회전각 좌표계로 재샘플링하는 차수 분석을 묶어야 비로소 회전 기계 진동을 제대로 읽을 수 있습니다. RPM이 변하는 데이터를 받았을 때 가장 먼저 떠올려야 할 한 단어 — order.
실전 NVH 가이드 — 회전 기계의 진동을 회전각 좌표계로 풀어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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